냉동실은 자주 사용하는 가전제품 중 하나이다. 자주 사용하지만 안에 항상 음식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깊숙한 안쪽까지는 상태를 자주 들여다 볼 일이 많지 않다. 주말에 하루 날 잡고 냉동실 청소 좀 해야겠다고 맘 먹은 계기는 바로 냉동실 벽면 쪽으로 얼음이 붙어 있는 걸 본 뒤였다. 그걸 보고 나니 청소할 엄두가 안났지만, 그래도 더 더워지기 전에 청소해둬야 마음이 편하겠다 싶어서 성에 정리를 시작했다. 막상 시작하니 단순히 냉동실 안에 있는 얼음을 떼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냉동실 성에를 제거하다보니 같이 정리하게 된 것들까지 생겼는데 이 모든걸 한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급하게 처리하려 할수록 번거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일단 붙어있는 얼음만 빨리 떼내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성에를 긁어낼 만한 뾰족한 도구를 찾고 억지로 떼어내려고 힘을 주어 긁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떨어지지도 않고 괜히 냉동실 내부만 손상되는 것 같아서 일단 중단했다.
그리고 급할 거 없으니 조금 천천히, 냉동실에 손상을 주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내가 한 거는 냉동실에 있는 것을 모두 꺼내기. 실제로 냉동실에 식재료가 차있으니까 성에를 제거하는 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닥에 수건을 깔아서 성에가 녹았을 때를 대비했다. 이건 해보기 전엔 생각도 못했던 거다. 그리고 나서 냉동실에도 사용이 가능한 용기에 뜨거운 물을 담아서 넣고 냉동실 물을 닫았다. 뜨거운 물에서 생기는 증기로 성에를 녹여주는 것이다. 물이 식으면 또 교체하고, 또 교체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렇게 한 뒤 어느 정도 성에가 녹으면 수건으로 살살 밀어냈다.
이렇게 하지 않고 급하게 처리하려고만 했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깔끔하게 제거하지 못했을 거다.
의외로 체감됐던 건 냉동실 공간이 달라 보인 점이었다
성에를 제거하기 전까지는 냉동실 공간이 좁아졌다는 느낌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정리를 하면 할수록 성에가 차지했던 공간이 드러나면서 숨겨진 공간이 보이는 게 아닌가. 단순히 얼음만 없애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냉동실 공간까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니. 냉동실 문을 열때마다 그동안 뭔가 답답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냉동실을 정리하면서 무조건 채워넣기만 하는건 이제 그만하기로 결심했다. 정리 습관까지 고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의외로 애매했던 건 어디서 마무리할지 정하는 일이었다
성에를 제거하는 건 단순히 얼음만 떼내는 게 아니라 안에 들어있는 음식까지 정리를 해야하는 거라 막상 하다보면 청소 범위가 넓어지기 쉽다. 정리하는 김에 이것저것 추가하다보니 어디서 끝내야할 지가 애매해졌다.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만 할 지, 아니면 조금 더 치울 지.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하는 김에 다 하자하고 서랍 안쪽까지 깨끗히 치워버렸다. 다 정리하고 나니 이젠 다시 넣는 순서도 괜히 고민됐다. 어떻게 넣으면 더 공간을 잘 활용하면서 정리가 될까 하고 말이다. 청소 하기 전에 넣는 거라면 생각없이 쌓아두기만 했을텐데 힘들게 청소를 하고 나니 이전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성에만 떼어내면 끝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뒤가 더 손이 많이 갔다.
정리하고 보니 어려운 일보다 미뤄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를 끝내고 나서 든 생각은 진작 치울 걸 왜 여태 미뤄뒀을까 였다. 뻔히 눈에 보였으면서도 치우기 귀찮아서, 건들면 일이 커질까봐 흐린 눈하고 무시했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막연히 귀찮을걸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실제로 해보니 덜 부담스러웠다. 성에 하나만 치우는 게 아니라 치우면서 냉동실의 상태를 한 번 싹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오히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