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을 늦게 확인해서 납부 마감일이 얼마 안남은 고지서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발견했다. 공과금을 납부하려고 고지서를 들고 편의점에 간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원래 이런 건 은행에 직접 방문하거나 자동이체로만 처리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지, 편의점에서 납부할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납부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보니 마음이 급해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해보게 되는 경험을 갖게 되었다. 직장동료에게 편의점에서도 납부가 된다고 듣기만 한 상태라 솔직히 들어가기 전까지도 긴가민가 했다. 이게 정말 되는 건 가 싶기도 했고, 괜히 계산대에서 제대로 설명을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성격이 소심해서 그런지 이런 작은 일도 처음 해보면 괜히 긴장하게 된다.

생각보다 내가 모르고 있던 부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지 방법을 몰라서 처음엔 그냥 편의점에 가서 고지서만 내면 되는 줄 알았다. 이런 건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니까. 편의점에 들어가서 그런 생각이 드니까 바로 직원에게 묻지 않고 계산대 앞에서 괜히 고지서를 한번 더 살펴봤다. 뭐라고 먼저 말을 꺼내야할 지 멈칫거리는데 직원 분께서 먼저 말을 걸어주신 덕에 해결할 수 있었다. 직원분께선 익숙한 일인지 자연스럽게 처리해 주셨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멈칫거렸던 내 모습이 웃기기도 했다. 이런 일은 해보면 별 일 아닌데 왜 하기 전엔 항상 절차가 복잡할 것만 같은지. 괜히 필요한 게 더 있을까 싶어서 나 혼자 여러 번 확인하는 대신 그냥 먼저 부딪혀봤으면 더 빨리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번 일도 역시 그랬고.
막상 해보니 별 거 아닌 쉬운 일
막상 해보니 내가 할 일이 있는 건 아니라 처리 과정이 어려웠던 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생각이 많아서 머릿속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었던 거다. 그냥 쉽게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겼음 됐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 편의점에서 공과금을 납부하면서 평소 생각 하지 못했던 크고 작은 생활 서비스들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편의점은 단순히 먹을 것, 간단히 필요한 생필품을 사는 곳의 역할을 할 뿐만아니라 이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구나 싶은 정도. 대단한 발견은 아니지만 굳이 멀리 떨어진 은행에 가지 않아도 집이나 회사에서 가까운 편의점에 들르면 금방 해결할 수 있다니. 그리고 처리 시간도 생각보다 짧았다. 막연하게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3분도 되지 않아 금방 끝났다. 가기 전에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었다.
처리하고 나서 들었던 생각
처리를 마치고나서 계산까지 한 뒤 영수증 받고 나오면서 괜히 생각했던 건, 이걸 왜 어렵게 생각했을까 하는 정도였다. 들어가기 전에는 괜히 뭔가 설명해야 할 것 같고, 혹시 내가 잘 모르는 걸 물어보면 어쩌나, 오래 걸리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앞서했던 긴장은 좀 허무하게 느껴졌다. 편의점에서 나와서 고지서 접어 가방에 넣는데 별다른 일 없이 업무를 잘 마쳤다는 생각에 약간 안도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시작 전엔 조금이지만 긴장감이 있었지만 밖에 나오면서 괜히 ‘이건 다음엔 덜 낯설겠네’ 싶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너무 사소한 일인데 실제 생활에서는 이런 작은 경험들이 은근 하나씩 쌓이는 것 같다. 그리고 꼭 뭔가 배웠다거나 크게 달라졌다기보다, 그냥 익숙하지 않던 일이 익숙한 일 쪽으로 조금 이동한 느낌. 그 정도였다. 그날 계산대 앞에서 잠깐 멈칫했던 장면보다 오히려 편의점 문 나서며 별일 아니라는 듯 고지서 접어 넣던 순간이 더 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이번 일은 내겐 그런 장면으로 끝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