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배달을 자주 시켰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뭘 해 먹을 기운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쇼파에 누워서 앱부터 켜게 됐다. 처음엔 편하다고만 생각했다. 주문하고 기다리면 바로 먹을 수 있으니까 별문제 없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계속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 음식을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배달을 시키는 게 거의 습관처럼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그래도 시킬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이젠 아무런 고민 없이 주문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보기 전에, 아니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배달 앱부터 켜고 보는 날도 많았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조금만 배달을 줄여보자고 마음먹었다. 막상 해보니 예상과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내가 배달 줄여보며 생각보다 달랐졌던 생활습관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절약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생활 습관의 변화였다
솔직히 처음엔 식비가 줄어드는 걸 제일 먼저 체감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먼저 체감하게 된 건 달리지 저녁 시간이었다. 퇴근 후 시간이 살짝 여유로워졌달까. 일단 어떤 음식을 고를까, 어디에서 시킬까 고민하는 시간이 줄었고, 보통 평일 저녁엔 적게는 40분에서 길게는 1시간 30분정도 걸리는 배달시간도 절약하게 되었다. 적다고 하면 적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퇴근 후 나에게 주어진 짧은 저녁시간이 좀 더 길어진 느낌. 그리고 퇴근길에 집에 가서 뭘 시켜 먹을까 메뉴부터 고민했는데 이제는 집에 달걀이 있었나? 하고 재료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그런 변화가 조금 신기했다. 처음 며칠은 괜히 허전한 느낌도 있었다. 한동안 매번 하던 습관이라 안 하려고 보니 뭔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허전함도 어느새 사라지고 냉장고 속에 무슨 재료가 있나 살펴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건 식비 절약팁이라기보다는 생활습관 자체가 조금 바뀐 느낌에 가까웠다.
줄이는 과정이 늘 잘 되는 건 아니었다
물론 항상 내 계획대로 되진 않았다. 야근을 할 때면 그냥 배달 주문할까 싶을 때가 있었고 실제로 배달을 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평상시와 다른 패턴으로 흘러가는 날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배달을 끊자고 생각하면 괜히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시작은 완전히 끊는 것보단 조금 줄인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겠다고 느꼈다. 이건 직접 겪어보면서 바뀐 생각이다. 그리고 괜히 중간에 계산도 해봤다. 실질적으로 얼마나 절약되었는지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배달을 줄이고 있는지 잘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평소처럼 배달 앱을 열었다가 그냥 닫은 날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별 거 아닌 일이지만 그런 작은 행동 하나 가 '나 정말 바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서 뭔가 뿌듯했다. 완벽히 끊진 못했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변화하다 보면 언젠가는 완벽히 끊는 날도 오지 않을까.
결국 남은 건 절약보다 습관의 변화였다
몇 달 지나고 보니 이건 돈을 아끼기 위한 경험이라기보다 나의 배달 습관, 더 나아가 식사준비 습관을 다시 보게 된 경험에 더 가까웠다. 처음 배달 줄이기를 시작할 때만해도 단순히 식비를 아낀다라는 것만 남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나는 다른 게 더 기억에 남았다. 예를 들어 습관처럼 하던 행동이 줄어든 것 같은 변화 말이다. 퇴근하면서 무심코 하고 있던 습관이 조금씩 달라진 것. 별 거 아니지만 그런 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물론 지금도 월급날이나 퇴근이 늦어진 날, 특별히 뭐가 먹고 싶으면 가끔 배달은 시킨다. 다만 예전처럼 생각 없이 주문하는 경우는 확실히 줄었다. 나의 삶을 바꾸는 건 큰 결심보다 이런 사소한 감각일 때도 있는 것 같다. 이번 일이 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