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약속 시간을 앞두고, 시간이 남아서 혼자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으러 카페에 들렀다. 카페에서 주문을 하고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 지 고민하다가 몇가지 대안이 떠올랐다. 서점에 가기, 맛있는 디저트 먹기, 쇼핑하기... 그러다 문득 사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찍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날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록을 남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게 셀프 사진관이었다. 셀프사진관이라는건 많이 들어보기도 했고, 실제로 친구들과 함께 여러 차례 방문한 적 있긴 하지만, '혼자' 이용해본 적은 없어서 설렘과 함께 약간의 어색함도 같이 느껴졌다.
곧바로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셀프사진관을 찾아 예약을 하고 시간을 맞춰 방문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특별한 이벤트를 하러 왔다는 느낌보다는, 조용히 무언가를 해보는 느낌에 가까웠다. 마치 서점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것 과 같달까. 오히려 그래서 더 기억에 남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혼자에게 집중되는 공간
아무래도 혼자 방문하는 건 처음이다보니 가는 길 내내 긴장을 했다.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로 한껏 긴장을 한채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생각보다 조용하다’였다. 사진을 찍는 공간이라고 하면 왠지 밝고 활기찬 분위기에 시끌벅적한 음악소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차분하고 정리된 느낌이 더 강했다. 시설을 설명하는 안내 문구와 사용 방법이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천천히 읽다보니 어떻게 찍어야하는지, 어떤걸 눌러야하는 지 등의 전체적인 흐름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사진관이라하면 직원이 옆에서 지켜보면서 설명해주고, 포즈는 어떻게 하라. 고개는 어떻게 하라. 계속해서 안내를 해주는데 그런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색달랐다.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방문했을 때도 직원이 옆에서 계속해서 설명해주는 경우는 없었는데 혼자오다보니 그런 점이 더 크게 느껴졌나보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 서기 전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려고 하니 괜히 자세 하나, 표정 하나에도 신경이 쓰였다. 누군가 내 자세와 표정에 대한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없단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셀프사진관의 공간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필요한 요소들은 잘 갖춰져 있었다. 배경은 깔끔했고 조명도 균일하게 비추고 있어서, 처음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크게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오히려 소품이 많다거나, 배경이 화려하다거나와 같이 복잡하지 않아서 더 집중하기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막상 시작하니 더 크게 느껴진 어색함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생각보다 어색하다’는 점이었다. 평소에 혼자 휴대폰으로 찍거나 다른 사람들이 찍어줄 땐 주변 상황에 대해 크게 의식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혼자 카메라 앞에 서 있으니 환경 자체, 상황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셀프 촬영은 누군가가 찍어주는 사진과는 다르게 찍는 타이밍부터 표정까지 전부 스스로 맞춰야 했다. 타이머가 돌아가는 짧은 시간 동안 자세를 잡고 표정을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다음 컷으로 넘어가는 그 시간이 유난히 짧게 느껴졌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 바로 다음 포즈를 취해야하는 느낌이었다.
처음 몇 장은 결과를 확인하지 않아도 어떤 느낌일지 짐작이 갈 정도였다. 망했다는 느낌 그 자체... 어색하게 굳어 있는 표정이나 어정쩡한 자세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선도 자연스러워지고, 굳이 완벽하게 찍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러니 덩달아 표정도 자연스러워졌다. 찍으면 찍을 수록 오히려 다른 사람이 없어서 나만의 자연스러운 표정이 더 나오네?라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 과정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평소에는 자연스러울거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환경이나 주변 사람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있을 때와 혼자일 때의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결과보다 더 오래 남은 촬영 과정의 기억
촬영이 끝나고 내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 지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도 물론 중요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촬영하는 그 과정 자체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사진이 잘 나왔는지보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상황에 점점 적응해가는 내 모습이 더 마음에 남았던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 셔터를 누르면서 다양한 표정을 시도해봤고, 그 안에서 조금씩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누군가와 함께 찍었다면 내가 그런 표정을 시도해보진 못했을 수 있다. 오롯이 나혼자 찍는 것이기때문에 완벽한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담아낼지에 더 집중하게 됐다. 혼자 촬영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겠지만, 혼자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한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
사진을 받아들고 나오는 길에는 처음 생각했을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처럼 느껴졌다. 그냥 무의미하게 흘려보냈을 수도 있는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단순히 사진을 남긴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를 하나의 기억으로 가져온 느낌이었다.
처음이라서 더 크게 느껴졌던 어색함과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적응해가는 흐름이 생각보다 인상 깊게 남았다. 다음에 다시 이용하게 된다면 이번보다 훨씬 덜 긴장한 상태로, 조금 더 편안한 모습으로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